론진 콘퀘스트 쿼츠 시계(Longines Conquest Quartz)
시계를 학대하던 친구가 있었다. 특별한 장식 없이 초침, 분침, 시침 그리고 날짜창이 있었던 심플한 시계였다. 그 흔한 금도금 흔적도 전혀 없고 유리에는 심하게 흠집이 있었던 둥근 형태의 세이코-SEIKO 시계였다. 게다가 시계줄도 끊어져 없어지고 머리만 남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질고도 질긴 생명력만을 간직한 볼품없는 시계였다. 개로 치면 족보도 없고, 털도 화려하지 않고, 씻질 않아 털이 여기저기 뭉쳐 달라붙고, 어디서 어떻게 당했는지 다리도 살짝 저는, 동네 길바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형색이었다. 모양새나 기능으로 봐서는 전혀 눈길이 가지 않는 시계였으나, 묘하게도 시계를 접한 지 딱 이틀 만에 나는 그 시계의 주인이 되어있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집에 있던 시..
2022.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