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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이야기

독일시계 융한스 마이스터 크로노스코프

by 죽나향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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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시계가 하나 있다. 그런데 하나 더 구입했다. 약 20년 전에 예물시계로 구입한 론진 콘퀘스트 쿼츠 시계가 멀쩡히 시각을 알려주는데, 또 하나의 시계를 들인 것이다. 시간을 확인하고자 하는 용도가 아닌, 그저 뭔가 하나 가지고 싶었던 차에 시계가 눈에 들었고, 약 6개월간의 마인드컨트롤을 거친 결과, 하나 장만하는 것이 나을 듯하여 갈등의 종지부를 찍었다.

 

스마트폰이 항상 손에 쥐어져 있어 시간을 확인하는 일은 그리 불편한 일이 아니다. 기계식 시계는 이미 가지고 있는 론진 콘퀘스트보다 정확도도 떨어지고, 스마트폰의 시계기능에 하나를 추가하는 의미기에, 시각을 확인하는 의미에서 본다면 시계의 추가장만은 의미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계의 추가장만은 론진이나 스마트폰이 줄 수 없는 뭔가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 뭔가를 설명하기에는 좀 어려움이 있지만.....

 

오래전 내가 활동하던 사진 사이트가 하나 있었다. 카테고리가 다양했던 사이트였는데, 그중 하나가 중고장터다. 사진 사이트였기에 대부분 카메라와 관련된 게시물이 많았는데 간혹 고급 시계가 중고로 올라오기도 했다. 그중 눈길이 머문 물건이 하나 있었는데, 원형의 베젤과 그 베젤의 내측을 감싸고 둘러친 단정한 아라비아 숫자, 깨끗한 흰색 다이얼, 그리고 돔글라스... 아~ 손목시계가 이렇게 심플할 수도 있구나~~ 했던... 그리곤 세월이 많이 흘렀다. 간혹 시계라는 단어가 거론되면, 잠시 잠깐 스쳐갔던 그 시계가 생각나기도 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 기억은 핀 나간 사진처럼 흐릿해지고 말았는데...

 

전 세대와 후세대에 끼인 비운의 세대, 하는 일은 많지만 권한이 없는 대한민국의 남자, 수입은 늘지 않고 지출은 늘어나는 나이, 쑤욱 쑥 커가는 아이들과 한없이 작아져버린 아빠, 4~50대 과로사 1위, 권리는 줄어들고 의무는 다양해지고, 나라는 존재 없이 살아내는 날이 하루하루 쌓여갈 때, 꿈이 무엇인지를 잊고 일상만이 나를 맞이하는...

한때 이런 말이 유행처럼 회자된 적이 있다.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 아무도 나를 챙겨주는 이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에게 선물을 하는, 그렇게 내가 나를 위로해야 할 때가 있었다.

 

기계식 시계의 시작은 스위스며, 고급 브랜드의 대부분이 스위스 제품이다. 하지만 독일시계 융한스를 선택하게 된 것은 순전히 과거 사진 사이트에서 봤던 그 시계의 디자인 잔상 때문이다. 세월은 지났지만 그 흐릿한 잔상은 검색이라는 간단한 행위로 쉽게 선명함을 회복했다. 머릿속 기억에 포토샵을 가한 것이다. 융한스 막스빌! 오래전에 봤던 그 시계의 이름이다. 허나 이름은 하나되 종류는 여러 가지... 스톱워치 기능이 있는 것이 융한스 막스빌 크로노스코프... 간택... 비쌈... 갈등... 시간경과... 부동의 선택... 설득... 결정!   

 

어렵게 시간을 만들어 융한스 매장을 방문했다. 융한스 막스빌 크로노스코프.... 원했던 브레이슬릿이 아닌 가죽스트랩만 진열되어 있어 약간의 텀을 두고 매장을 다시 방문했다. 확고한 선택인 줄 알았는데, 그 텀은 살짝 취향의 업그레이드를 가져왔으며, 상위 그레이드인 융한스 마이스터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막스빌과 마이스터는 처음 느꼈던 심플함과 단아함을 모두 간직하고 있었지만, 심플, 단아를 유지한 고급스러움이 조금 더 강하게 와닿는 융한스 마이스터 크로노스코프를 간택했다.

 

융한스 마이스터 크로노스코프
융한스 마이스터 크로노스코프

 

융한스 마이스터 크로노스코프(Junghans Meister Chronoscope)! 일단 막스빌과는 다르게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막스빌의 경우 아라비아 인덱스와 바 인덱스 두 가지 모두 있으며, 사진 사이트에서 처음 접했던 것이 아리비아 인덱스였음). 막스빌과 마이스터 모두 베젤이 매우 좁다. 요즘 말로 베젤리스(Bezel-Less)~. 크라운을 중심으로 위아래에 각각 스타트버튼과 리셋버튼이 자리 잡았고, 전체적인 무게감은 둘이 비슷하다. 

눈에 띄는 차이점은 막스빌은 스몰세컨즈창, 그리고 요일을 나타내는 창이 없으며, 크라운에 로고가 없고, 시계뒷면이 솔리드백이다. 마이스터에는 아라비아 숫자대신 가늘고 긴 바인덱스가 자리 잡았으며, 3시 6시, 9시 그리고 12시 방향의 바인덱스는 조금 굵고 돌출되어 있다.  스톱워치의 스타트버튼과 리셋버튼이 타원형으로 막스빌과 비교했을 때 조금 더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뒷면은 시계 내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루백이다.

 

융한스 마이스터 크로노스코프
융한스 마이스터 크로노스코프

 

융한스 마이스터 크로노스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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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한스 마이스터 크로노스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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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시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오토매틱 방식과 매뉴얼 와인딩 방식이 그것이다. 오토매틱의 경우 시계 내부에 로터라는 회전체가 있어 손목의 움직임에 의해 로터를 회전시켜 태엽을 감는 방식이고, 매뉴얼 와인딩은 자동으로 태엽을 감아주는 로터가 없어 사용자가 크라운을 회전시켜 직접 태엽을 감는 방식이다. 배터리방식인 쿼츠나 전자시계, 스마트 워치에 익숙한 시대에 놀랍게도 두 방식 모두 태엽으로 구동되는 시계다. 시간의 정확도도 배터리방식에 비해 많이 떨어지고 무겁고 가격도 비싸다. 더군다나 관리? 가 필요하다. 자주 착용하지 않으면 시계가 멈춘다. 멈추기 전에 크라운을 돌려 태엽을 감아야 한다. 이틀만 멀리해도 시계가 멈춘다. 기계식 시계! 얼핏 장점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러한 불편함을 모두 알고 구입했다는... 서두에서 말했던 그 뭔가가 그렇게 만들었다.

 

융한스 마이스터 사양

형식 : 융한스 자사 무브먼트 - 오토매틱

외경 : 40.7mm

칼리버 : J880.1

재질 : 스테인리스

방수 : 3 ATM

파워리져브 : 46시간

기타 : 25 jewels, Incabloc, Din8309

 

융한스 마이스터 크로노스코프
융한스 마이스터 크로노스코프

 

융한스 마이스터 크로노스코프
융한스 마이스터 크로노스코프

 

내가 나에게 선물한 시계, 작은 선물이 주는 위안은 정말 크다. 나만의 표현인지도 모르겠지만, 애견가에게 실례가 될 수 있는 표현인지도 모르겠지만,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는 것 같다. 매일 만나 어루만지고, 밥 주고, 같이 있어주고, 쳐다보고, 닦아주고... 기계식 시계는 관리만 잘하면 수명이 100년을 훌쩍 넘긴다고 한다. 4~5년에 한 번 고향에 보내 점검도 받아가며 사랑을 듬뿍 주면 그 정도는 가능한가 보다. 허긴 20년 전에 구입한 론진 쿼츠도 아직까지 멀쩡한 걸로 봐서는 기계식 시계의 수명은 충분히 그럴듯하다. 그래서 시계는 대를 물릴 수 있는 생명을 가진 제품인가 보다. 음........ 난 딸만 둘이니 훗날 사위에게 물려줘야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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