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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이야기

시계 글라스-사파이어 크리스탈(Sapphire Crystal)

by 죽나향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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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싸움'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손목시계가 꽤 귀할 적의 철없는 놀이였는데, 놀이방법은 대략 이랬습니다. 시계를 손목에서 풀어 시계의 글라스 부분을 상대방 시계의 글라스에 가져다 대고 마구 문질러 누구의 시계에 흠집이 생기는지를 겨루는 놀이였지요~ 저도 난생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시계싸움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상대인 제 친구의 시계 글라스는 흠집하나 없이 멀쩡했는데 제 시계의 글라스는 처참하게 긁혀있어 폐기 직전의 시계로 전락하고 말았지요~ 나이가 좀 들어서 알았지만 아마도 제 시계의 글라스 재질은 플라스틱이었고 친구의 시계는 미네랄 글라스였나 봅니다. 예나 지금이나 시계싸움에서의 짱은 사파이어 크리스털이지요.^^


시계에 이용되는 글라스(Glass)를 재질별로 분류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경도 6 - 플라스틱

2. 경도 7 - 미네랄 글라스

3. 경도 8 - 하드렉스 크리스털

4. 경도 9 - 사파이어 크리스털

5. 경도 10 - 다이아몬드(경도 비교를 위해 포함시켰을 뿐 실제 적용은 안됩니다)

 


1. 플라스틱(경도 6)

플라스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우리 주변에 사방으로 널린 것이 플라스틱이고 재활용 분리수거통을 가장 먼저 가득 채우는 것이 플라스틱입니다. 그런데 이 플라스틱에도 종류가 매우 많아 말랑말랑한 재질부터 아주 단단한 재질의 플라스틱까지 실로 다양합니다. 과거 재떨이로 많이 사용되던 강화 플라스틱은 불에도 타지 않고 던져도 깨지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제조 방법에 따라 그 성질이 제각각이어서 감히? 시계의 글라스로도 이용됩니다. 시계의 글라스로 이용되는 이 플라스틱은 일반적인 플라스틱보다 경도가 높으며, 시계 메이커마다 각기 부르는 이름이 조금씩 다른데, 운모, 헤젤라이트 크리스털, 컨벡스 글라스(Convex Glass)등이 그것입니다. 이름만 다를 뿐 모두 플라스틱입니다. 주로 돔글라스 형태에 많이 이용되며, 달나라에 처음 발을 디딘 오메가 스피드마스터가 헤젤라이트 크리스털을, 융한스의 마이스터라인에 Convex Glass을 채택했습니다. 시계 글라스로써의 최대 단점은 흠집에 매우 약하다는 점이며 최대 장점은 잘 깨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2. 미네랄 글라스(경도 7)

옛날 어느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 레스토랑 직원에게 미네랄워터(Mineral Water)를 주문하자 직원이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고 여자주인공이 "그냥 맹물 주시면 돼요"라고 해서 빙그레 미소 지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시계에 이용되는 미네랄 글라스(Mineral Glass)는 뭘까요? 정답은 "그냥 유리"입니다. 저가의 패션브랜드 시계의 대부분이 이 미네랄 글라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플라스틱보다는 훨씬 강하지만 이 역시도 흠집에 약합니다. 큰 장점 없이 그저 저렴하다는 이유로 이용되는 재질입니다. 시계의 글라스가 파손되었을 때 가장 저렴하게, 쉽게 교체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미네랄 글라스입니다. 아! 저렴하다는 게 장점이네요^^

 

3. 하드렉스 크리스털(경도 8)

하드렉스 크리스털부터는 글라스대신 크리스털이라는 말이 따라붙습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이나 사파이어 글라스나 같은 말이지만 주로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많이들 표현합니다. 글라스보다는 크리스털이 좀 더 고급스럽다는 의미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드렉스 크리스털은 미네랄 글라스보다는 강하고 사파이어 크리스털보다는 약한, 둘의 중간위치에 자리합니다. 하드렉스 크리스털을 이용하는 시계 메이커는 아마도 일본의 세이코밖에 없는 것으로 압니다. 이 또한 미네랄 글라스처럼 비교적 저렴한 시계에 이용되는데, 가성비 최고의 세이코 시계에 이용되기 때문에 그렇게 인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4. 사파이어 크리스털(경도 9)

잘 아시는 바대로 흠집에 가장 강한 재질은 다이아몬드(Diamond)입니다. 흠집에 강한 다이아몬드를 시계의 글라스로 이용하면 평생토록 흠집 없는 시계를 가질 수 있지만, 매우 비싸지고 아주 쉽게 깨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즉, 마찰에는 강하지만 충격에는 약하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다이아몬드의 대체품이 필요한데..... 바로 사파이어 크리스털이 그 자리를 지킵니다. 현존하는 고급시계 메이커중 이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이용하지 않는 메이커가 없을 정도로 사파이어 크리스털은 장점이 큰 재질입니다. 경도가 높아 흠집에 강하다는 장점 외에 투명도가 높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또한 빛반사가 다른 글라스에 비해 적습니다.

 

음..... 실은 시계를 있는 그대로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방법은 글라스를 장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시계의 다이얼을 가리는 그 무엇도 없기에 육안으로 다이얼을 100% 흡수, 인지하게 됩니다. 다만, 시계 다이얼이 아주 빠르게 오염될 것이며, 시곗바늘은 아주 작은 닿임에도 쉽게 변형, 파손될 것입니다. 따라서, 시계 다이얼을 보호하며 그 다이얼을 여과, 왜곡 없이 최대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면 '없는 듯 있어야 하는 재질'의 사파이어 크리스털이 최고라는 것입니다.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약 20만 원 정도의 제품에도 이용될 정도니 시계부품으로써 사파이어 크리스털이 시계 전체 단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다시 한번 경도순으로 시계 글라스의 재질을 나열하자면,

사파이어 크리스털 > 하드렉스 크리스털 > 미네랄 글라스 > 플라스틱

 

단, 이 순서는 경도순이고 재질로서의 일반적인 가격순이지 시계의 가치나 가격을 판단하는 기준은 아닙니다. 고급시계에도 얼마든지 플라스틱 글라스가 이용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대표적인 예로써 세계 최초로 달나라를 갔다 온 버즈 올드린(Buzz Aldrin)의 오메가 스피드마스터(Omega Speedmaster)의 글라스는 헤젤라이트 크리스털 즉, 플라스틱입니다. 중력이 적용되지 않는 우주공간에서 혹시 모를 글라스의 파손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파손이 된다 하더라도 파편형태를 가지지 않는 플라스틱이 이용되는 만큼,  시계의 글라스는 그 목적에 따라서 재질이 선택되는 것이지, 플라스틱 글라스가 이용되었다고 저렴한 시계, 사파이어 크리스털이 이용되었다고 고급시계,..... 이렇지는 않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내가 아끼던 시계의 글라스가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알고 슬퍼하거나 노여워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좋은 취미생활 영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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