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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지하철 스크린도어 시詩] 동지(冬至) - 송광근

by 죽나향 2023.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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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冬至)

송광근

 

 

미즈근한 핫팩을 만지작거리며 버티는

겨울은 거리에서 굴뚝에서

모진 찬바람으로 지나갑니다

파랗게 질린 느티나무 꼭대기에

길을 가다 목을 맨

검은 비닐봉지가 펄럭이고

실외 공동화장실도 얼어버렸습니다

사시사철 찬바람에 갇힌 길들은

늘 동지(冬至) 아니었는지요

저 멀리 도토리를 다 떨어낸

상수리나무 끝 까치집이 휘청입니다만

붉은 팥죽 위로 새알이

별처럼 떠오릅니다

 

내일부터는 낮이 더 길어집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 동지(冬至) - 송광근
동지(冬至) - 송광근

 

 

2호선 - 봉천역 - 서울대입구 방향 - 출입문 번호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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