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용어의 정의

회자정리 거자필반

by 죽나향 2023. 11. 24.
728x90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나와 눈을 마주친 사람은 모두 몇이나 될까? 단 한 번이라도 말을 섞어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단 하루만이라도 나와 함께 생활해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들 중 내 이름 석자를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거늘 나와 7개월을 24시간 같이 생활한 친구가 있다. 아마도 내 가족을 제외하면 내 인생에 몇 안 되는 귀한 인연을 가진 친구가 틀림없을 것이다. 정신줄 놓기 전까지는 나는 그 친구를, 그 친구는 나를 기억할 것이다. 그 귀한 친구가 오늘 나와 함께 했던 공간에서 떠나갔다. 내 이름 석자를 평생토록 기억해 줄, 내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한 친구가 떠나갔다.

'나이 30의 요즘 아이들'이라 하면 그들은 이 표현을 싫어할 것이다. 나이가 30인데 아이들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며, 내가 그 나이 때도 그 정도 나이면 이미 어른이라 느낄 나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나이는 내 자식뻘이 분명하기에 표현을 달리한다 한들, 그들에게 듣기 좋은 표현으로 각색한다한들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그들 나이 30의 체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칠순이 지난 자식에게 노모가 "차 조심해라" 하는 것도 자식의 나이 이전에 언제나 아들은 부모 앞에 아이인 것처럼 말이다.

우리 때는 에티켓이 무엇인지 몰라도 예의는 배웠던 시대이지만, 그들은 예의는 못 배우고 에티켓만 알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의견과 상사나 연장자의 의견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무게를 달아보고자 한다. 상대의 경력과 연륜, 관록, 나이가 무시됨을 의식하지 않는다. 기가 찰 노릇이다. 우리 때 이기적이라고 느꼈던 행동을 그들은 아주 자연스레 행한다. 거기에는 그들만의 상식이 따로 존재하기에 그들 스스로를 이기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 우리와 나이 30의 그들과는 상식이 다르다. 상식이 다르다 보니 그 또래들과의 대화는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나이 30의 그들 속에 당연히 들어가야 할 녀석이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녀석이며, 오늘 나로부터 멀어져 간 그 녀석이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그들의 범주에 들어있는 이 녀석도 상식이 달라야 했다. 싫지만 그 점도 받아들여야 하는 나의 상식으로 알고 있기에. 그런데.....

그런데..... 적어도 이 녀석은 그 범주에 들지 않았다. 내 상식에서 조금 빗나간 녀석이다. 내가 생각해 왔던 그들이라고 하는 범주는 나만의 고정관념이었다. 선배와 어른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나이 30의 요즘 아이들'과는 사뭇 달랐다. 예의 바르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 경청할 줄 알고, 인정할 줄 알며, 상대의 의견에 벽을 치지 않았다. 녀석은 녀석의 생각이 있어도 내 생각을 존중해 주었다. 녀석은 생각을 잠시 접어 둘 줄 아는 현명함을 가졌다. 때로는 많이 닫는 것이 많이 여는 것이라는 뜻을 알고 있는지. 그래서 그 또래 다른 녀석과는 달리 대화를 이어가기가 편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녀석의 단점에 대해 말하고 실수를 꾸짖었지만, 녀석은 나의 단점과 실수에 입을 닫았을 것이다. 녀석이 없는 지금 뒤늦게 녀석의 입장이라는 것에 나를 놓아본다. 참 답답했을 것이다. 녀석은 참 무거운 입을 가졌다.

회사라는 테두리 아래, 하나의 팀이 되어 서로를 존중, 위로, 의지하며 오래도록 그 팀을 꾸려감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그렇지 못함은 하나가 아닌 둘의 문제다. 소리가 나려면 한 손이 아닌 두 손이 부딪혀야 하는 것처럼. 하나라고 단정하고 '바로 너 때문이야!'라고 하는 것은 사뭇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사고를 가진 자의 행동이다. 녀석이 없는 지금, 혹시 내가 일방적인 생각을 가지지는 않았었나...., 당장 앞으로 있을 일에 녀석의 빈자리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이를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깊이 반성해 본다.
그리고 지금의 환경이 아니라 다른 환경에서의 만남이 이루어졌다면 즉, 녀석이 잘 맞는 옷과 잘 맞는 신발을 신었다면 녀석과 나는 지금까지 보다는 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었고 관계 또한 지속되었을 것이다. 이 또한 많이 아쉽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는 말이 있다. 그 뜻은 "만나면 헤어지는 법이고, 떠난 자는 반드시 다시 돌아오는 법이다" 녀석과 나의 인연이 꼭 그러하길 바란다. 세월이 많이 흘러도 '류승두' 이름 석자를 잊지 않을 듯하다.[220212]

 

 

728x90

'용어의 정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현령비현령의 뜻  (32) 2023.11.28
피골상접의 뜻  (32) 2023.11.26
인과응보의 뜻  (35) 2023.11.20
소탐대실의 뜻  (48) 2023.10.31
우유부단의 뜻  (52) 2023.10.2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