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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소개

[김포 맛집] 샘재 매운탕 - 빠가사리 & 메기

by 죽나향 2022.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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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려고 주차장으로 가는데 어디서 본듯한 여성이 나를 쳐다보며 아는 척을 한다. 김포에는 아는 사람이 없는데..., 자세히 보니 큰딸이다. 휴가 중인 큰딸이 아빠 기쁘게 해 준다며 2시간을 들여 김포 소재 회사까지 찾아온 것이다. 기쁜 마음에 맛집을 찾아 딸아이와 오붓한 시간을 갖고자 했다. 맛집은 다름 아닌 '샘재 매운탕'이다.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한 1994년 여름, 연세 지긋하신 회사 공장장님과 점심식사를 하러갔다. 공장이 김포 운양리에 있었기에 운양리 주변 식당을 찾았고 공장장님은 "혹시 추어탕 먹을 줄 알아?"하고 물어보셨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지에 대한 배려 섞인 질문이었고 "네~ 잘 먹습니다."라고 대답하니 성큼성큼 아시는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곳은 한강을 앞에 두고 어부들이 일을 하다가 잠시 지친 몸을 뉠 수 있는 용도로 지어진 듯한 허름한 식당이었다. 화장실도 옛날식이었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거덕 거리는 소리는 발걸음을 조심하게 만들었으며,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창은 비닐로 마감되어 있었다. 추어탕을 먹을 줄 안다고 했지 거의 폐허를 저렴하게 리모델링한 집에서 밥을 먹자고 말한 것은 아니었는데... 쩝!  추어탕 2인분이 준비되었고 공장장님과 나는 배가 고팠는지 금방 바닥을 드러낸 탕 그릇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분위기와 시설에 맞지 않게 꽤나 맛난 추어탕을 제공했던 이곳. 바로 샘재 매운탕이었다.

당시에는 핸드폰이 귀했고, 핸드폰이 있다한들 카메라 기능이 없었고, 있다한들 카메라의 성능이 좋지 못해 식당의 분위기를 찍거나 음식을 찍거나 하는 일을 상상할 수 없었다. 만일 지금처럼 성능이 뛰어난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약 30년 전의 샘재 매운탕 모습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한 후 어느 날, 문득 94년도 여름에 먹었던 그 추어탕이 생각났다. 꽤 세월이 흘렀음에도 추어탕 하면 생각나는 집이었고 기억을 더듬어 찾아갔다. 분위기와 시설은 마치 콘셉트인지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규모는 좀 더 확장되었다. 샘재 매운탕을 찾는 손님도 부쩍 늘었고 식당 앞 강가에는 주차장도 마련되었다. 인간이 맛을 기억하는 능력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기억 속의 맛과 주문한 추어탕의 맛은 일치했으며 그 일치는 만족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마 이때부터일 것이다. 부모님, 형제자매, 처갓집 어른들, 동서 내외, 친구들. 아마 나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 샘재 매운탕의 메뉴를 맛보지 않았을까~ 싶다.
글을 쓰면서 문득 일산 아줌마가 생각난다. 샘재에 전화를 하면 다른 직원들은 나를 몰라 전화하면 꼭 일산 아줌마를 찾았다. 지금의 예약과는 좀 다른 개념으로 "일산 아줌마~ 저 어디? 사는 그 사람?인데요? 빠가사리 대(大)자 부탁드려요. 지금 열심히 가고 있어요~" 도착하면 일산 아줌마를 찾았고 가라는 데로 가면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갈 때마다 느낀 점이지만 손님은 점점 많아지고, 직원들은 한 두 명씩 늘어나고, 주차장에 차는 점점 꽉 찼지만, 허름한 분위기와 시설은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 하여튼 장사는 잘되었다. 간혹 손님 중에 "대체 내가 여길 왜 찾아오는 거야? 서비스 별로지, 분위기 별로지... 이해가 안가!"라고 독백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ㅎㅎ

샘재 매운탕을 찾았던 어느 날이다. 식당 건물이 없어졌다. 판자 조각으로 만들어져서 철거는 매우 수월했을 것이다. 그 자리에 교회가 생긴다고 했다. 얼마 후 그곳을 지나는 길에 샘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결코 허름하지 않은 번듯한 행복한 장로교회라는 건물이 생겼다.
그리고는 한동안 샘재 매운탕의 맛은 잊었다. 우연히 김포를 찾았고, 좁은 편도 1차선 도로를 우연히 진입하기 전까지는. 식사를 하러 식당을 찾던 중이었는데 샘재 매운탕 간판을 봤다. 짝퉁인가? 일단 들어가 봤다. 맞다. 반갑다. 샘재 매운탕!
옛날 사장님, 일산 아줌마, 그 외 여러분의 직원들은 다 그만두고 그 당시 막내로 일하던 분이 지금의 샘재 매운탕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렇게 다시 샘재를 찾기 시작했으며, 우리 가족은 매운탕을 먹으려면 이곳 김포 운양동에 위치한 샘재 매운탕을 찾는다.

상호 : 샘재매운탕
주소 : 경기 김포시 걸포로 182(운양동 117-2)
전화번호 : 031-983-2043
오픈 :10:00
클로즈 : 21:00
17.09.28일자 692회 생방송 오늘저녁
메기매운탕, 빠가사리매운탕, 추어탕
신발 벗고 들어감.

 

옛날 무허가집 분위기에 비하면 양반이 되었다. 하지만 샘재 매운탕만의 콘셉트인 듯 허름함의 흔적은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다른 식당 같으면 이 점은 많은 점수를 깎아 먹겠지만 샘재는 그렇지 않다. 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그래야만 그 옛날 샘재의 맛이 나기 때문이다.ㅎㅎ

샘재 매운탕 실내
샘재 매운탕 실내

 

 

반찬도 옛날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2~3가지이며 물김치와 열무김치는 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오늘은 어묵이 추가되었다. 맛이 없으면 안 먹은데 허름해 보이는 저 반찬이 맛이 있다. 어묵은 직접 리필했고 리필한 어묵도 바닥을 보였다.

 

 

메기매운탕이 준비되는 동안 여기저기 둘러봤다. 역시 허름한 메뉴판이 카메라 렌즈를 유혹한다. 유난히 잘 보이는 메뉴가 있다. 새우탕 수제비 11,000원, 수제비 추가 2,000원. 이렇게 없던 메뉴는 나름대로 자리를 만들어 간다.

메뉴판
메뉴판

 

 

평일이라 그런지 손님이 많지 않아 빠르게 준비된 메기 매운탕. 세팅된 형태를 배고픈 딸아이가 흩트리기 전에 그리고 끓기 전에 사진으로 남겼다.

샘재매운탕의 주메뉴 - 메기매운탕
샘재매운탕의 주메뉴 - 메기매운탕

 

 

배고픈 딸아이가 맛있다며 다 먹어치우는 바람에 셀프 리필했던 어묵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맛볼 수 있을 동치미 국물이다. 나도 모르게 먹고 있는 맥주집의 팝콘 같은 존재다.

 

 

배고픈 딸아이 먼저 건져주고 나머지 한 마리는 내 뱃속으로 들어간 메기 한 마리. 소(小)자는 2인분에 해당되어 메기 두 마리, 중(中)자는 3인분에 해당 메기 세 마리, 대(大)자는 4인분에 해당 메기 네 마리인가 보다. 야채를 먼저 먹고 메기는 충분히 끓었을 때 먹는 것은 기본이다. 충분히 끓어서인지 매운탕 특유의 메콤함이 메기의 속살까지 스몄다.

간이 잘 밴 메기 한마리
간이 잘 밴 메기 한마리

 

 

배불리 다 먹었다. 공깃밥 하나를 볶았다. 볶음밥을 위한 배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ㅎㅎ 

볶음밥
볶음밥

 

 

빌지다. 역시 허름하다. 추어탕, 빠가사리매운탕, 메기매운탕, 장어백숙. 그 외에 먹어본 메뉴가 없는 것 같다. 이것으로 충분했고 아마 앞으로도 먹는 메뉴는 정해져 있을 것이다. 그간 샘재 매운탕의 빌지를 눈여겨보질 않아서 그랬는지 오늘따라 유난히 메뉴가 많아 보인다. 과거 장인어른께 대접했던 장어백숙이 없어지고 장어구이로 바뀌었다. 민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메뉴도 보인다.

그리고, 과거에는 매운탕을 주문하면 항상 무료로 제공되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미꾸라지 튀김이었다. 새로운 장소로 이전하고도 한동안 미꾸라지 튀김이 제공되다가 어느 해부터 자취를 감추었다. 물론 메뉴에는 그대로 있으며 언제든지 먹고 시을 때 주문하면 된다. 옛날 일산 아줌마 생각이 난다. 사장님 몰래 더 주기도 하고 비닐봉지에 챙겨주기도 했던... 

샘재매운탕 빌지

 

 

김포시장으로부터 받은 상장이다. 제1회 맛집 경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김포시장으로부터 받은 상장

 

 

차에 콜라가 있어 종이컵 하나만 얻으려 했으나 시원한 콜라 마시라며 냉장고에서 한 캔 꺼내 준다. 종이컵 두 개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밖을 나와보니 어둠은 내려앉았는데 하늘이 형광빛으로 변했는지 세상의 빛깔이 바뀌어 있었다. 어두운데 환한 빛?

샘재매운탕 전경
샘재매운탕 전경

 

 

맛이 과하지 않다. 조미료 맛이 없다. 많이 맵지 않다. 양이 적지 않다. 민물새우 특유의 까칠함이 좋다. 샘재 매운탕의 매운탕 맛은 뭐라고 딱! 이거다~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일단 독특함이 없는 듯하다. 독특함이 없기에 질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번 먹고 기겁할 정도로 맛있는 집은 그 맛을 기억하고 찾지만 두 번 가면 질린다. 샘재 매운탕의 맛을 적절히 표현하지도 못하면서 맛집으로 리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또 간다는 것이다.[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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