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오토바이, 패러글라이딩 중 단 하나만이라도 취미로 가졌다면 딸을 주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중독성과 경제적 출혈이 크기에, 딸내미 굶기기 딱 좋기 때문에 나온 말일 것이다. 나는 오토바이는 안 타니까 아주 하급은 아니라는... 쩝!
오늘은 세 가지 중에 오디오에 관한 이야기이다.
학창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그 음악을 듣기 위한 수단으로 오디오가 원래부터 있었다. 인켈 제품이었는데 가정용으로는 충분한 파워와 미려한 디자인으로 귀와 눈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나이가 들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오디오광 한 분을 만나면서 오디오는 음악을 듣는 도구가 아니라 오디오라는 타이틀 자체에 취미를 붙이는 사고가 생겼다. 멀쩡히 있던 스피커를 버리고 볼품없는 북쉘프 스피커를 들여놓았으며, 인티앰프(Integrated Amp)를 보기 좋게 둘로 쪼개기도 했고, 편리한 전자동 리니어 트랙킹 턴테이블을 완전 수동으로 바꿨으며, MM보다 MC가 건강에 좋다는 말에 열 배가 넘는 출혈을 감당했으며,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바늘을 고가에 구입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당시 집에 있어도 버린다는 LP를 컬렉션이라는 명분으로 구입하러 다녔고, 잘 듣고 있던 CD플레이어는 뒷전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스피커, 파워앰프, 프리앰프, 턴테이블, 톤암, 카트리지, 승압 트랜스, 심지어 대한민국 전압을 못 믿는 잔병치레를 하며 AVR까지 갖춘 상태에서 지금의 집사람과 결혼을 했으니, 집사람, 장인어른, 심지어 나 자신도 별 걱정이 없이 순탄한 결혼 생활만이 있을 줄 알았다. 없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다 있으니 뭐가 문제랴~
하지만, 있는 놈이 더하다고 조금씩 조금씩, 나름의 가벼운 바꿈질은 계속되었고, 불씨를 만들기 싫어 몰래 구입하기도 하고, 구입가보다 1/10의 가격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그마저도 의심을 받기 시작하니 서로가 피곤함을 느끼기 시작! 결심을 한다. 어차피 오디오라는 게 음악을 듣는 도구며 지금 가지고 있던 장비로 충분하니 더 이상의 장비 구입을 하지 않기로.
그렇게 세월이 잠시 잠깐 흘렀을 즈음, 눈팅만 한다는 오디오 장터에서 어여쁜 물건 하나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아래 사진 속 주인공 '마란츠 리시버 2285B'다. 녀석은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장만한 리시버이며, 오디오 취미생활의 마지막 제품이 되었다. 병이 완치된 것이다.

마란츠 2285B의 특장점은
1. 가로 470, 세로 165, 깊이 390mm(Wood케이스 포함)
2. 무게 17kg
3. 2265, 2330과 더불어 마란츠 리시버 중 가장 인기가 많음
4. 가정용으로는 충분한 채널당 85W
5. JBL과 매칭이 잘 되기로 소문남. 현재 J830M에 물려 있으며 가지고 있는 하베스 콤팩트 7과도 매우 잘 어울림
6. 역할은 리시버지만 튜너를 위해 만들어진 장비처럼 튜너부가 상당히 좋다.
7. 마란츠 전성기 때 만들어짐
8. 가볍지 않은 단단한 소리
9. 몸값이 자꾸만 오른다.
10. 디자인이라는 것은 반드시 호불호가 나뉘는데 이 녀석만큼은 불호가 거의 없다.

또 하나의 취미가 있었으니 사진 찍는 일이다. 오디오 그만 두니 그 자리를 채울 또 다른 뭔가가 필요했나 보다. 현재는 음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장식을 위한 소품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파란 불빛을 밝히며 음악을 위한 존재로 제 역할을 찾을 것이다. 단아한 파란 불빛 사진은 그때 가서 찍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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