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명절만큼 좋은 날이 없었는데, 나이 드니 명절은 주변을 정리하고 챙겨야만 하는 날입니다.
여자는 장을 보고, 남자는 장 본 것을 옮기고, 옮겨진 것들은 제사상에 올려지기 위해 정성스럽게 다듬어지고 버무려지고 익혀지고 구워집니다. 그렇게 준비된 음식은 제주의 지휘하에 차남, 아들, 조카 들이 가지런히 제사상에 진열합니다. 그리고 지방을 준비합니다.
종교적인 이유로 제사를 지내지 않는 집도 더러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그 제사를 위해 한 곳으로 모이고 그래서 차는 막히고...
오늘은 매번 하는 일이지만 번번이 헛갈리고 또는 잊어버리는 '지방 쓰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매일 하는 일이 아니다보니 잊을만하면 다가오는 것이 제사지요~ 저 역시 매한가지입니다.
지방은 지역별, 집안별로 아주 조금씩은 다르지만 제사상을 차리는 방식의 다름과 비교하자면 비교적 통일된 형식입니다.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 학생부군신위라는 영화가 있어 이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그럼, 간단하게나마 그 뜻을 알아보겠습니다.
현顯 : 나타날 현
고考 : 아버지를 뜻함(살아계신 경우 애비父, 돌아가신 경우 알릴考)
학생學生 : 특별한 벼슬없이 돌아가신 경우에 씀.
부군府君 : 돌아가신 조상을 높임.
신위神位 : 신은 신령을, 위는 자리를 말함.
따라서 현고학생부군신위는 벼슬없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지방 작성법이고...
어머니인 경우 : 고考대신 비妣를 쓰고,
여성인 경우 : 학생學生대신 유인孺人을 쓰고, 유인 다음에는 본관과 성씨를,
할아버지인 경우 : 祖考
할머니인 경우 : 祖妣
벼슬이 있으면 학생學生대신 벼슬명을 넣어주면 됩니다.
예)顯祖妣孺人碧珍李氏神位(현조비유인벽진이씨신위) - 벼슬없이 돌아가진 할머니의 지방 쓰는 법입니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안 하셔도 됩니다.
가령 부모님께 편지 쓸 때 부모님 전상서, 아버지께 편지 쓸 때 아버님 전상서로 꼭 시작해야 하는 시대가 있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좀 우습게 느껴집니다. 편지가 없어지고, 세월이 흘러 메일도 없어진 판에 편지로 예를 드는 것이 어쩌면 전달력에 흠이 될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편지 한번 쓴다면 다음과 같이 시작하는 것은 어떠한지요?
"안녕하셨어요. 아버지~
건강은 어떠신지요 아빠~
아빠~ 나 이쁜이야 ^^~..."
다 좋아보이지 않나요? 앞으로 한자 없이 한글로
"아버지 신위
어머니 신위
할아버지 신위
할머니 신위
보고싶은 부모님"
이렇게 쓰세요~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저는 돌아가신 분이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복숭아였다면 제사상에 복숭아를 올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아니, 복숭아 꼭 올려야지요~ 1년에 한 번 찾아오시는 길인데 그날 안 드시면 복숭아! 언제 드시겠습니까?ㅎㅎ
태풍 힌남노가 물러갔습니다. 태풍 피해 없으셨길 바라며, 이번 추석은 배가 불룩하게 나오는 풍성한 명절되시길 바랍니다. 운전 조심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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