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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기타 음악을 레슨 할 때의 일입니다. 연습곡(Etude-연습곡은 보통 제목이 없음)을 과제곡으로 주면서 그 곡에 걸맞은 제목을 붙여올 것을 별도의 과제로 내어준 적이 있습니다. 이때 과제곡을 절대 연주해 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곡인지 미리 들어버리면 그 곡이 가진 본래의 느낌을 스스로의 연주에서 알고자 하지 않고 다른 이의 연주에서 느낌을 도용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곡에 제목 붙이기... 곡을 이해하지 않으면 좋은 제목이 나오지 않기에, 이해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런 훈련은 곡을 이해하고 어떻게 연습하고 연주할 지에 대한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제목으로 인해 연주초기에 느꼈던 초기감정을 오래도록 간직하는데도 한몫을 합니다.
사진도 음악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제 경우에는...
무제(Non Title)라는 천편일률적인 제목보다는 피사체에서 처음 느낌을 뒷받침해 주는 단어 하나 정도 붙이는 작업, 쉽지는 않지만 많이 하다 보면 익숙해집니다.
세월이 흘러 먼 훗날, 사진은 그저 사진만 남게 됩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의 벅찬 감동은 세월이 지나면 퇴색되어 사라지고 그저 평면상에 사진 한 장이 덩그러니 남게 됩니다. 이럴 때, 셔터 누를 때의 느낌이 잘 반영된 제목이 있다면, 그때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벅찬 감동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의 느낌은 잘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삼인삼색(三人三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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