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한글은 '파카'라고 쓰고 영문으론 'PARKER'로 썼다. 영문을 기준으로 읽으면 '파커'가 맞지만 왠지 파카라는 고유명사가 내겐 익숙하다. 뭐라든 어떠하리.....
중학교 1학년때 일이다. 수업 중이었고, 선생님께서 칠판 가득 판서해 놓은 것을 노트에 필기하던 중 갑자기 별이 번쩍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선생님께서 거칠게 물으신다. "느그 아버지 뭐 하시니?" 얼떨결에, "네? 군인(문관)이십니다...?" 순간 다시 한번 별이 번쩍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선생님 말씀! "대학 가서 뭐 쓸라고 벌써부터 파카만년필을 쓰냐? 응?"
그렇다. 문제가 되었던 건 다름 아닌 만년필이었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면 아마도 1980년이 맞을 것이다. 그때는 반에서 파카는커녕 만년필을 쓰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아마도 1학년 전체 중에서도 파카만년필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며, 어쩌면 선생님들도 파카만년필을 아예 써보지 못한 분도 있었을 지도. 그런 그 시절 파카만년필을 쓰는 중학교 1학년생의 모습이 꼴사납게 보였을 것이다. 그 사건? 이후로 반 친구들도 파커만년필이 명품 정도는 되는 것인 줄을 알았고, 어디서 들었는지, 아무런 근거 없이 내가 가진 만년필이 분명 가짜일 거라며, 써보고 빼보고 돌려보고..... 심지어는 파카만년필은 녹색(쑥색에 가까운)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낭설까지 돌면서 나의 파카만년필은 짝퉁만년필로 둔갑하고야 말았다. 나는 진품이라고 항변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쩝!
당시 파카는, 자동차로 치면 지금의 벤츠, 시계로 치면 롤렉스 금통정도의 급은 되었었나 보다. 만일 중학교 1학년 생이 손목에 롤렉스를 차고, 벤츠에서 버젓이 내린다면,... 부럽기 이전에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고, 시기하는 마음이 먼저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음..... 그 사건 이후 거의 40년이 지나서야 밝히는 사실인데, 난 그때 파카만년필이 색깔별로 두 자루가 더 있었다는 사실!ㅎ 중요한 건 그 일을 겪고 나서 얼마 후부터 난 학교에 만년필을 가져가지 않았다. 요즘말로 왕따가 되기 싫었던 것이다.
며칠 전 볼펜 한 자루를 선물 받았다. 박스에 파카(PARKER)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약 40여 년 전의 조금은 씁쓸한 추억을 떠올리며 그 옛날 내가 쓰던 파카만년필을 찾아봤다. 진정 찾고자 했던 녹색은 어디 있는지 통 찾을 길이 없었다. 어쩌면 우리 마누라가 플라스틱 재활용통에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워낙 잘 버리는 성격이라...
시대도 변했고, 우리 작은 딸은 중학교 1학년도 아니고 어엿한 고등학생이니 고급 볼펜 한 자루 때문에 왕따 당할 일은 없을 듯하여, 선물 받은 것을 다시 선물했다. 부디 별 탈? 없기를 ㅋㅋㅋ
빨간색은 내가 중학교 1학년때 가지고 있었던 만년필(단 한 번도 사용 못함)이고, 파란색은 이번에 선물 받은 볼펜이다.
"역사의 중심에 선 파카(PARKER)
만년필의 명가 파카(PARKER)의 역사는 미국의 한 작은 도시에서 시작한다. 1888년 조지 새포드 파카(George Safford Parker)는 잉크가 새지 않는 만년필을 만들기 위하여 끊임없는 연구 끝에 1894년 럭키커브(Lucky Curve)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이것이 파카의 탄생이다. 경제, 정치, 문화계의 리더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오며 역사의 중심에 함께 했던 파카는 단순한 필기구에서 나아가 개인의 스타일을 대변해 주는 하나의 액세서리로 발전하고 있다. 100여 년을 이어온 파카의 기술력과 더 나은 펜을 만들겠다는 파카의 의지는 앞으로도 최고 품질의 펜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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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parker.co.kr" .....라고 아주 작은 쪽지에 안내되어 있다.
오늘도 공개된 나의 일기장에 옛 생각 몇 자 적어봤습니다. 좋은 하루 장만하시길 바랍니다.^^~[18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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