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졸업사진! 정말이지 언제 펼쳐봤는지 기억조차 없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대개의 사진들이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시절이라 종이 사진이 귀하기도 하지만, 이 앨범이라는 것이 좀처럼 들춰보지 않는 애물단지 같은 존재라 '정말 오랜만에 꺼내어 본다'라는 말보다 더 극적인 말로 표현했으면 좋겠지만 뭐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다. 이 졸업앨범을 보면 생각나는 친구가 하나 있다. 1986년도, 대학 떨어지고 재수할 때다. 지금 생각하면 대학 떨어진 게 무슨 대수라고... 죄수가 되어 공부만 하겠다고 다짐하며 친구도 절제하던 때다. 초반에는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수업 시간은 마치 절간 같았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지고 심신이 조금씩 지쳐갈 무렵 "넌 누구니? 난 누구야!"로 시작해서 하나 둘 친분이 생겨갔다. 알고 보니 국민학교 동창도 있었고,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도 있었다. 한 두살 많은 형들도 있었고 담배, 술, 당구도 배웠다. 차츰 공부는 뒷전이고 친분이 우선이 되어버린다. 한 번은 초등학교 추억을 되살린다며 나는 집에 있는 국민학교 졸업앨범을 가지고 왔는데 그 인기가 대박이었다. 의외로 국민학교 졸업앨범, 아니 그냥 졸업앨범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드물었다. 마치 나만 졸업한 것처럼. "너는 어릴 때 이랬었구나, 저랬었구나~", "이게 너야? 설마!" 키득키득. 그리 좋은 화질이 아닌 흑백 사진을, 한장 한장 개인 사진도 아니기에, 약 60명을 한자리에 모아 찍은 단체 사진이기에, 그야말로 팔아치우고자 수박통을 모아놓은 듯 옹기종기 머리통을 모으고 그 사진을 집중해서 정독했다. 앨범 속 1반부터 6반까지 나의 동기동창들은 처음 보는 모르는 사람, 또는 약 6년 후의 늙은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며 어색한 시선을 주고받아야만 했다. 장시간의 사진 관람이 끝나고, 수업도 끝나고, 점심시간이었나? 반이 달랐던 국민학교 동창 하나가 내게 찾아서 쭈뼛거리며 부탁이 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집안 형편이 어려워 졸업앨범을 구입할 수가 없었고 그것이 못내 안타까웠는데 지금 그 앨범을 보니 너무도 가지고 싶다는 것이다. 그 친구도 아무 때나 자기가 보고 싶을 때 편히 볼 수 있게 자신이 속한 반의 사진을 줄 수 없겠냐? 는 것이다. 다행히 반도 다르니 한 장 분양해 달라는 것이다. 잠시 고민했지만 대답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표지까지 포함해서 겨우? 7장밖에 안되고 , 한 장을 잘라내면 바보 앨범이 된다고 생각하여 거절했다. 또한 그렇게 한 장을 잘라 주면 미처 부탁을 하지 못했던 또 다른 동기동창이 잠복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지금처럼 핸드폰이 있었다면 한 장 찍어가면 그만인 것을ㅠㅠ.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안타깝고 난감한 상황이었다. 또 언제가 될는지 지 모르지만 아마도 졸업앨범을 볼 때마다 그 친구가 생각나고 지금의 마음처럼 "뜯어 줄걸 그랬나?" 할 것이다.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 당시 졸업앨범 신청할 때 선택사양이 있었다. 풀버전, 자기 반만, 무소유. 그 친구는 무소유였으며 난 풀버전이었다. 거의 40년이 되어가는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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