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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 이야기

편백나무(히노끼)욕조의 장점과 주의사항

by 죽나향 2022.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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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높은 벼슬아치에게 수청을 들기 위해 여인네가 준비하는 과정 중의 하나인 목욕 Scene이다. 하이얀 속치마를 가슴 아래쪽으로 불끈 가린 채로 잔잔히 피어나는 수증기 아래 나무 욕조에 앉아 있는 장면과 하인의 조심스러운 손길로 더운물을 여인네의 어깨에 끼얹는 장면..... 외설스럽다기보다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느껴지는 묘한 느낌은 나만이 느끼는 것일까? 아마도 이러한 장면은 카메라 감독의 연출력에 따라 사뭇 다르게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수증기의 농도, 여인네의 노출 정도, 주변 분위기..... 그리고 일반 욕조가 아니라 나무 욕조가 주는 색다른 느낌이 보는 이로 하여금 외설스럽지 않은 분위기를 만드는 요소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살고 있는 우리집에 나무가 존재하는지가 궁금하여 일부러 나무를 찾아본 적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나무는 천연 원목을 말한다. MDF, PB, 원목을 가장한 필름(시트지) 등은 흔하지만 원목은 정말이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식탁의 다리와 소파의 극히 일부, 그리고 내가 아끼는 클래식 기타를 제외하면 원목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이 점은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의 집도 별반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나무가 아주 귀한 세상에 살고 있다.


예로부터 일본에서는 나무욕조 재료로 편백나무(히노끼)를 이용했다.

편백나무의 장점은.....

1. 색감이 매우 미려하다. 모든 나무들이 그렇지만 편백나무도 변재 부분의 색감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하지만 심재 부분은 연분홍빛을 띠는 매우 해상력 있는 나이테를 가진다. 이 색감은 편백의 특징이며 다른 나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감이다.
2. 질감이 뛰어나다. 질긴 섬유질로 인해 마감 후 촉감이 부드럽다. 이 점은 가시 없는 편백을 만들기도 한다.
3. 잘 아는 바와 같이 피톤치드(Phytoncide)가 많이 배출된다. 피톤치드는 식물(Phyton)과 죽이다(Cide)의 합성어로 식물에서 나오는 물질로서 주변의 유해균을 죽이는 역할을 한다. 즉 자기 방어의 효과를 갖는다. 이 피톤치드를 만드는 나무는 많으나 편백이 으뜸이며 일반 소나무의 5배가 넘는 양을 배출한다고 한다. 일반가정에서는 편백오일을 이용한 제품을 항균을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4. 물과 친하다. 즉, 물에 강하다.
5. 피톤치드가 많이 발생되는 편백의 특성상 도장작업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습도 조절 역할을 한다. 습도가 높을 때는 편백이 습기를 흡수하고, 반대로 습기가 낮을 때는 습기를 배출하여 실내의 습도를 조절해 준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장점으로 인해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현상이 발생되고 편백은 고가의 나무라는 큰 단점을 가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백의 수요는 늘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 ㅠㅠ 아래 사진은 양평의 리모델링 주택에 설치된 편백나무 욕조의 시공 모습이다. 사진의 중앙 상단(욕조 바닥)의 홀은 배수구이며, 좌우의 의자 뒤쪽에는 월풀이 설치되어 있으며, 왼쪽 하단의 사각형 판재는 월풀의 시스템의 점검을 위한 점검구의 Cover이며, 나이테를 최대한 맞춘 형태를 갖는다. 사용된 편백은 일본산 편백, 무절이다.

편백나무 욕조


편백 욕조 이용 시 주의할 사항이 하나 있다.

둘도 아니고 하나다. 그 하나는...
완전히 건조하지 말 것!! 이 세상 모든 원목은 수분의 많고 적음에 반응하여 뒤틀림 및 균열, 수축 팽창이 발생한다. 편백나무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욕조 이용 후에는 사용한 물을 버리고, 청소를 하고, 반드시 새로운 물을 받아 놓아야 한다. 즉, 편백 욕조가 항상 젖어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바~짝 말리면 바로 갈라짐이 발생한다. 나무는 물기가 닿으면 팽창하고, 물기가 없으면 수축한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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