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담양 대나무숲과 죽녹원

by 죽나향 2023. 4. 6.
728x90

 

오래전부터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제주도 성산일출봉, 통영의 소매물도, 강원도 양떼목장, 담양의 메타세콰이어길 ..... 다름 아닌 사진을 찍고 싶어서였다. 출중한 실력의 진사님들의 사진을 보며 나도 한 장 담아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키워갈 무렵, 그것도 사치라고 사진을 멀리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사진의 목적이 아닌 조금은 엉뚱한 목적으로 과거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담양을 큰 마음먹고 달렸다. 내비게이션에 담양 대나무숲을 입력한다. 여섯 글자를 모두 입력하기도 전에 자동완성되어 이곳이 꽤 유명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제대로 입력했군!

 

아침도 거른 이른 시간의 출발이라 고속도로 휴게소는 필수였고, 그렇게 약 4시간을 달려 도착한 담양 대나무숲은 "이게 아닌데....."라는 혼잣말을 할 수밖에 없는 난해한 광경이 펼쳐진다. 주말에, 유명 관광지에, 사람이 없다. 게다가 아무리 찾아봐도 대나무숲으로 진입하는 길이 없다. 길은커녕 대나무숲으로의 진입을 막기 위해 주변을 철조망으로 장식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험상굿은 가시로 무장한 탱자나무들이 진을 치고 있어 감히 접근을 할 수가 없었다. "아! 여기가 아닌가 보다"

집사람의 기분전환을 위해, 집사람이 원해서 달려왔던 담양 대나무숲은 이곳이 아니었다. 집사람은 빠르게 인터넷에서 봤던 사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 사진에는 대나무숲에서 한가롭게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있었으며, 글의 제목과 내용을 읽어보니, 집사람이 원했던 곳은 대나무숲으로 이루어진 죽녹원이라는 곳이었다. 대나무숲만 생각하고, 담양 대나무숲을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니 너무나 쉽게 검색되어 털끝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다.

 

철조망과 탱자나무로 무장한 곳을 뒤로하고 또 다른 대나무 군락지를 하나 발견하였고 마치 탐험가라도 된 듯이 조심스럽게 숲 속으로 진입해 봤다. 관리가 안되어 죽은 대나무가 많이 보인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고 있었지만 집사람이 빨리 자리를 뜨자고 난리다. 스마트폰으로 담은 아래 사진이 담양 대나무숲에서 담은 유일한 사진이 되었다.

담양 대나무숲
담양 대나무숲

 

 

내비게이션에 죽녹원을 입력하고 차에 오를 즈음, 차 한 대가 우리를 향해 오더니 창문으로 빼꼼히 물어본다. "담양 대나무숲이 여기 말고 또 있나요??" 그들도 나처럼 내비게이션에 '담양 대나무숲'을 입력했나 보다. ㅎㅎ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담양 대나무숲은 관광지 자격이 없는 그냥 대나무숲일 뿐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찾고자 하는 곳은 대나무숲이 울창하게 조성된 관광지 죽녹원이라는 점이다. 내비게이션에 담양 대나무숲이 아니라, '담양 죽녹원'이라고 입력해야 한다는 것!!!

 

다행히도 죽녹원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 급한 마음에 죽녹원 간판을 뒤로하고 인증샷을 담아봤다.

죽녹원
죽녹원

 

 

담양 대나무숲은 입장이 어려운 환경에 입장료가 없었지만, 담양 죽녹원은 입장이 쉽고 입장료가 있었다. 사진의 오른쪽을 보시면 입장료를 확인할 수 있다. 가시고자 하시는 분은 참고를.

죽녹원
죽녹원

 

죽녹원
죽녹원

 

죽녹원
죽녹원

 

 

사진에 보이는 작은 봉우리, 마치 임금님 능처럼 생겼지만 실제로는 조금 큰 묘정도의 규모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짧은 초미니 둘레길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성인봉 둘레길'이다. 단체손님이 참 많았던 이 날이지만, 둘레길을 세 바퀴 완주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세 바퀴를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라는 문구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나와 우리 집사람, 당당히 세 바퀴를 돌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짧은 초미니 둘레길인 성인봉 둘레길을 대한민국 최초로 세 바퀴를 돌아 완주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며 미소 한번 지어봤다.^^

죽녹원
죽녹원

 

 

광각렌즈를 장착하고, 땅바닥에 바짝 드러누워, 조리개를 바짝 보이고, 숨을 꾹! 참은 상태로,  짧게 셔터를 누른다..... 원래 이렇게 찍고 싶었으나, 그냥 뻣뻣하게 서서 스마트폰으로 찰칵했다. ㅎㅎ

죽녹원
죽녹원

 

 

과거 이태원에서 스냅사진을 한 장 찍어놓고는 바코드(Bar Code)라는 제목을 붙여본 적이 있다. 아래 대나무 사진은 제목을 바코드로 정해놓고 사진을 찍었다.

죽녹원
죽녹원

 

 

아이폰 8의 파노라마 기능을 오랜만에 적용해 봤다. 블로그 사진의 가로폭이 제한되어 길게 펼쳐 보이질 못해 아쉽다.

죽녹원
죽녹원

 

 

죽녹원은 8개의 길이 있다.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사색의 길, 추억의 샛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성인산오름길, 철학자의 길, 선비의 길이 그것이다. 저 길을 모두 걸었다면 아마도 당일치기 여행이 아니었을 것이다. 운수대통길과 성인산오름길을 돌아 바로 정문을 향했다. 향교를 보고자 함이었다.

죽녹원
죽녹원

 

 

담양 10경!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메타세콰이어길을 코앞에 두고.....

죽녹원
죽녹원

 

 

대나무숲 사이로 멀리 향교가 보인다.

죽녹원

 

 

향교에 도착했다. 관광지에 포함되었다기 보다는 가정집으로 이용되는 듯 보인다. 더 이상의 사진도, 더 이상의 발걸음도 주저하게 만든다. 혹시라도 주인이 빼꼼히 쳐다보며 나와서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한다면 매우 곤란할 것으로 예상되어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가정집 대문을 나서는데 대문옆 개나리가 한 바구니 마련되어 있었다. 이날 하늘은 정말 선물과도 같았다.

 

 

대나무는 약 45일이면 완전히 자란다고 한다. 한번 키를 완성한 대나무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아래 사진의 대나무도 이미 다 성장한 대나무다. 하지만 매우 키가 작고, 일반적인 대나무처럼 곧게 뻗어 자라지 않고 곡을 가졌다. 일종의 대나무 분재인 것이다. 특이하게 생겨서, 처음 보는 형태의 대나무라서 한 장 찍어왔다.

 

 

형식은 죽녹원을 다녀온 여행 이야기지만 본 포스팅의 핵심은 대나무숲을 구경하고자 담양을 가시는 분은 내비게이션에 담양 죽녹원을 입력해야 한다는 점! 다시 한번 강조하며..... ^^~[190331]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