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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처음이자 마지막 출사가 될 수섬의 풍경

by 죽나향 2023.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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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섬을 난생처음 다녀왔습니다. 내년부터 광활한 수섬이 개발된다고 하여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수섬을 조금 무리하여 다녀왔습니다.

수섬이라는 곳을 알게 된 지는 꽤 되었네요. 과거 사진 사이트 SLR CLUB 소미동(소니, 미놀타를 위한 소모임)에 사진 포스팅을 즐길 무렵, 웹상으로 수섬이라는 곳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광활한 평야에 드문드문 작은 나무들이 솟아 있는 풍경사진을 보고는 한국의 세렝게티라는 생각으로 꼭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각오?를 가졌었지요~

출사를 가기 전 이미 수섬에 대한 풍경사진을 다량 학습한 터라 머릿속에는 마치 수섬을 다녀온 듯 여러 형태의 프레임이 이미 형성되어 있었지요. 그렇게 머릿속에 프레임이 만들어진 지 약 1년 정도 세월이 흘렀던 것 같습니다.

 

지인과 수섬을 향했습니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에 의지하여 어느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고속도로 좌우로 펼쳐진 풍경이 오랜 시간 학습되어 익숙해진 프레임과 흡사하다는 것을 느끼고 고속도로를 빠르게 탈출합니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을 무시하고 운전 중에 봤던 곳을 찾아갑니다.

"와~~ 수섬 도착!"

공룡박물관도 있고, 공룡알화석도 있고..., SLR CLUB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풍경을 육안으로 감상했던 것이지요~ 꽤 여러 장의 사진을 담아내고서야 수섬을 떠났고, 자랑스럽게 "나도 수섬!" 하며 포스팅을..... 하지만 제가 갔던 그곳은 '짝퉁 수섬'이었습니다. ㅠㅠㅠ

 

그리고는 또 세월이 흘러 주로 스냅사진에 정박하고 있을 무렵, 또 다른 지인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수섬 가자!"

 

작년까지만 해도 내비게이션(T-MAP 티맵)에 수섬이라고 목적지를 입력하면, 구체적인 장소가 나오질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수섬'... 이렇게 단 두 글자만 입력하면 수섬에 가장 가까운 간이주차장을 안내해 줍니다.

 

광명 집에서 52Km, 소요시간은 약 50분

2016년 5월 22일

기상 새벽 2시 50분

출발 새벽 3시 10분

도착 새벽 4시 3분

있어야 할 사람이 없어 전화...

"미안~ 지금 출발할게!"

ㅠㅠㅠ

 

모기가 참 많은 곳입니다. 약간의 헌혈은 필수지요. 여성 진사님들도 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많이 오셨습니다. 장화를 준비한 분들도 꽤 많았고요, 이곳을 찾은 목적이 저와 같은지라 목에, 어깨에, 그리고 등과 손엔 사진과 관련된 장비들이 자리하고 있더군요. 사람들이 목적지를 향해 하나하나 이동합니다. 저는 지인을 기다리며 주차장을 배회합니다.

 

 

수섬으로 내려가지 직전의 언덕에 삼각대를 꽂아봅니다. 난생처음으로 수섬을 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수섬을 카메라에 담으며,

"혹시 여기도 짝퉁 수섬 아냐?"

지인이 빨리 도착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도착한 지인과 함께 걷기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의 물기 먹은 수섬 땅을 밟아봅니다.

 

 

수섬이 내년부터 개발된다는 소식을 접해서인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출사지로서의 인기가 많아서인지, 50여 명이 넘는 진사님들이 드넓은 수섬을 점령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날 피사체로서 인가가 많았던 녀석이 하나 있는데, 바로 삘기였습니다. 일출의 붉은 기운이 낮은 각도로 스며들어 삘기를 염색하고 있었지요. 그 빛이 아름다워 몇 장 나열해 봅니다.

 

 

이날 처음 찾는 출사지 수섬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가진 장비는 총출동했지요. 장비라 해봐야 바디, 삼각대, 렌즈가 전부며,

렌즈는 광각, 표준, 망원, 마크로... 이렇게 하나씩만!

전날 접사를 찍은 탓에 카메라에는 접사렌즈와 삼각좌, 그리고 삼각대 플레이트가 물려있었는데, 접사렌즈는 필요 없겠지~~~ 하는 생각에 접사렌즈에 붙여져 있던 라에 어댑터까지 자동차 트렁크에 고이 모셔놓고 가는 바람에 가져간 렌즈를 하나도 사용하지 못하고 망원하나로 하루를 버텼다는....ㅠㅠ 광각렌즈의 아쉬움이 컸던 하루였네요. 쩝!

 

 

삘기는 지역에 따라 삐비라고도 합니다. 삘기는 그 옛날 보릿고개 시절, 아이들의 귀한 간식거리이기도 했답니다. 줄기를 뽑아 질근질근 씹으면 단맛이 난다 하는데, 아쉽게도 저의 기억장치엔 기록이 없습니다.

 

 

수섬 출사의 목적은 당연하게도 풍경이지만, 활용가능한 렌즈가 망원렌즈뿐이었고, 또한 오랜 기간 스냅에 길들여져 광활한 수섬의 풍경보다는 스냅에 가까운 셔터질을 자꾸만 하게 되더군요~~

 

 

아름다운 이곳, 도시생활하면서 흔히 볼 수 없는 소떼들과 말이 달리는 풍경들... 무슨 횡포인지 내년부터는 볼 수가 없다고 합니다. '보존되어야 할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힘없는 푸념을 하며, 늘 그렇듯 사진위주의 포스팅을 마칩니다. [2016년 5월 26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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