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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 이야기

명품숫돌 - 샤프톤 인의흑막

by 죽나향 2022.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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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돌이란?

숫돌이라는 말은 말 배우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과장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한 번도 보진 못했어도, 한 번도 사용해 보질 않았다 하더라도, 숫돌이 어떻게 생겼고 무엇에 사용되는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의 경우 숫돌에 대한 첫 기억은 5~7살 정도, 깊은 산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시집 안 간 막내 고모와 함께 살고 있을 때며, 할아버지께서 낫을 가는 모습에서이다. 그것은 마당 한 구석, 돌로 만들어진 절구 옆에 널브러져 있었으며, 짙은 회색빛으로 띠고 있었으며, 가운데 배가 살짝 들어간 돌로 기억된다. 보통의 돌은 마당에 나뒹굴면 냅다 집어 던져버리지만 이 돌은 조금은 다른 대접을 받았는지 좀처럼 제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낫이 안 든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른던 어린 시절, 할아버지께서는 낫이 안 든다며 그 회색빛 돌에 몇 번씩이 곤 문질러 사용하곤 하셨다. 간혹 제사가 있거나 잔치가 있으면 정지(경상도 사투리-부엌)에서 쓰던 모든 칼은 그 돌에 비벼졌고, 어떨 때에는 자신보다 몸집이 큰 도끼가 올려지기도 했다. 여하튼 그 돌은 우리 집에 하나밖에 없었고, 귀한 대접은 받지도 못했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돌이었다. 내가 그 돌은 한번 사용한 기억이 있는데, 팽이를 만든 후 가운데 못을 박고 그 못대가리를 둥글게 만들기 위해 작은 팽이를 손에 쥔 채 그 돌에 비볐던 기억이 있다. 약 50년 전의 일이며, 그때도 그 돌을 숫돌이라고 했다.

학창 시절에도 우리 집에 숫돌이 하나 있었다. 한쪽은 매우 거칠고 나머지 한쪽은 비교적 부드러운 숫돌이었으며, 사용자는 대부분 아버지였다. 남들은 부엌칼을 돈 들여 갈았지만, 우리집에 있는 칼은 모두 아버지 손을 거쳐 생명을 연장해 나아갔다. 케이크를 사면 함께 공급되는 칼(요즘은 플라스틱 칼이지만 옛날에는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나이프가 함께 동봉되었다)도 아버지 손을 통해 과도로 변신했다. 아버지는 칼 가는 일에 꽤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남들이 돈 들여 간 칼날보다 당신께서 공들여 간 칼이 더 예리하다고 하시면서.
이때쯤 나도 숫돌을 사용해 본 적이 있는데, 부러진 쇠톱을 갈아서 칼을 만든다든지, 표창을 만든다든지, 기차 철로에 못을 올려놓고 기차가 지나간 다음 그 못을 칼로 만들겠다고..... 물론 이 시절에는 입도, 입자의 탈락, HRC, 조도, 평활도, 날각, 앞날, 뒷날, 경면, BURR, 예각, 둔각, 눈메움현상 ..... 이런 거 몰랐으며 알 필요도 없을 때였다.

구입 배경

거의 30년을 직장 생활하다가 뜻하는 바가 있어 목공학교에 다닌 적이 있다. 학교에서 지급된 공구 및 장비가 상당히 많았는데 여기서는 숫돌만 언급하고자 한다. 목선인 양면형 다이아몬드 숫돌(#400, #1,000), 그리고 #4,000 자연석, 이렇게 둘뿐. 공짜로 지급된 숫돌이기에 감지덕지해야 옳으나 나름의 불만은 있었다. 우선 양면형 다이아몬드 숫돌의 #400이 닳고 닳아 거친 숫돌 역할을 못했고, 뒷면의 #1,000 역시 연삭력이 좋질 못한데다가 중간 단계 없이 바로 #4,000으로 넘어가니 원활?한 연마가 어려웠다. 시간 잡아먹는 돌이 따로 없었다. 마음같아서는 하나 장만하고 싶었지만 돈 없는 학생의 신분이라 개인적으로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숫돌의 금액이 매우 비쌌다. 양면형 다이아몬드 숫돌 뒷면 #1,000과 자연석 #4,000 사이를 담당할 #2,000 숫돌이 인터넷 최저가 5만 원이 넘었으니.ㅠㅠ 카페나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명성과 품질을 겸비한 일본의 샤프톤과 나니와를 국민 숫돌 명품 숫돌로 칭하더군요. 특히 #2,000의 경우 샤프톤사의 인의흑막 #2,000을 명품으로!! "꼭 사고야 말테다"라고 결심한 것이 1년이 넘었다. 쩝!

목공 관련 회사에 취업을 했다. 5천 원짜리 철마 25mm 막끌 하나 주면서 별거 다해야했다. 끌 본연의 역할은 물론이고 타카핀도 제거해야하고 심지어 못도 뺀다. 간혹은 칼 대용으로 이용되고, 스크래퍼로도 이용되며 지렛대로도 쓰인다. 심하게 휘어져 재생 불능의 끌도 있고, 개념없는 직원의 도움?으로 뒷날의 평을 망쳐놓은 끌도 있다. 세상에 끌에 녹이 슬었다고 뒷날을 동글 동글하게 갈아버려 다시 평활도를 유지하려면 끌의 두께가 원래 끌 두께의 반으로 줄어들어 버릴 정도다. 5천원짜리 끌에 몇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아깝고 해서 누가 '못 빼는데 쓸테니 끌 좀 달라'라고 하면 이 녀석을 던져줄 생각이다. ㅎㅎ

소목을 공부했던 내가 대목을 하게 되어 소목 할 때 구입했던 대부분의 끌을 사용할 수가 없다. 보유하고 있는 끌의 규격을 나열하자면, 3mm, 5mm, 6mm, 8mm, 10mm, 12mm, 25mm로 25mm를 제외하면 대목에서는 거의 사용할 수가 없다. 따라서 나렉스의 8105시리즈 중 큼직한 놈을 하나 구입하였으니 자그마치 40mm!

앞서 이야기는 샤프톤 인의흑막을 구입하게 된 동기이며, 실은 여기부터가 인의흑막 이야기이다. 1년이 훨씬 넘도록 위시리스트에 있었던 명품 숫돌 - 인의흑막 #2,000을 구입했고, 목공학교 시절의 #4,000을 대신할 인의흑막 #5,000 - 이 녀석은 샤프톤사의 인의흑막 시리즈중에는 #4,000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상향조정하여 구입했다. 목공학교에서 사용하던 양면형 다이아몬드 숫돌을 구입했다가 또 한번 실망을 하고 그 대용으로 인의흑막 #320, #1,000을 묶어서 구입했다. #320은 나니와의 초세라 #400과 경합 끝에 같은 메이커에서 출시된 제품으로 라인업 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샤프톤을 선택했다. 이렇게 #2,000, #5,000, #320, #1,000 순으로 숫돌을 장만, 구성했다.

샤프톤 인의흑막의 특징 및 장점

비교적 짧은 사용기간이지만, 제대로 된 숫돌을 처음 사용해 보는 숫돌 초보지만, 나렉스 40mm와 그 외 몇 개의 끌, 그리고 대패날을 연마한 경험으로 인의흑막의 장단점을 나열해보고자 한다.
1. 연마력
내가 가진 끌과 대패날의 경도는 HRC58에서 62정도다. 양면형 다이아몬드 숫돌과 비교하면 안되겠지만 황삭용 숫돌인 #320의 경우 살쩜이 '화~~ 악!' 갈려나간다. #1,000의 경우도 딱! 원하는 만큼의 절삭력을 가지며, 중삭용 숫돌임에도 조도 형성이 되기 시작한다. 막끌의 경우 마무리 숫돌로 사용해도 무방할 듯.
2. 눈메움 현상
숫돌의 탈락이 이상적이어서 정삭용 숫돌인 #5,000의 경우도 숫돌에 자국이 생기지 않는다. 과거에 사용했던 자연석 #4,000의 경우, 조금만 연마해도 쉽게 검은 줄이 생기면서 연마력이 떨어지는 경우(연마력을 발생시키는 작은 입자들 사이에 연마로부터 발생되는 찌꺼기가 끼기 시작하면서 피삭재-날물-가 입자와 찌꺼기에 동시에 닿아 연마력을 잃는 경우)가 발생되었으나, 인의흑막은 그 현상이 없다. 적절한 입자의 탈락은 눈메움 현상을 없애며, 숫돌즙의 형성을 도와 연마력을 향상시킨다.
3. 형태
형태 또한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공장 출하 시 엣지부분이 챔퍼 작업되어져 있어 간혹 발생되는 손베임 현상을 막을 수가 있다. 과거 목공학교 시절에 사용하던 자연석 #4,000의 경우 엣지에 손을 베어본 경험이 있다. 따라서 거친 숫돌로 엣지부를 갈아서 날카로움을 없애고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두께가 조금만 더 두꺼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4. 평활도
나렉스 40mm 끌을 #2,000을 거쳐 #5,000에 올렸다. 앞서 언급했던 줄생김없이 미세한 연마가 가능했으며, 경면 현상을 맛볼 수 있었다. 이는 평활도가 좋지 않고는 이룰 수 없다. 물론 몇 번만 연마하면 면고르기(멘나오시)작업을 해야하지만 출고 당시의 평활도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5. 단점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굳이 하나 끄집어내자면 비싸다!

곧 면고르기 숫돌(멘나오시)을 하나 장만해야 할 것 같다. 제아무리 명품 숫돌이라 하더라도 평활도가 무너진 숫돌은 제 성능을 발휘할 수가 없다. 면고르기는 숫돌 관리의 첫걸음이다.

극히 개인적인 글, 읽어주심에 감사드리며, 추후 사용 시 올려진 내용과 다른 점이 발생되면 본문 수정, 또는 댓글에 그 내용을 올리고자 합니다. 또한 내용에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되시면 댓글 달아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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